김소월 시집 1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 (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님의 말씀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 두 달은
길어 둔 독엣 물도 찌었지마는
가면서 함께 가지 하던 말씀은
살아서 살을 맞는 표적이외다
봄풀은 봄이 되면 돋아나지만
나무는 밑그루를 꺾은 셈이요
새라면 두 죽지가 상한 셈이라
내 몸에 꽃필 날은 다시 없구나
밤마다 닭소리라 날이 첫시면
당신의 넋맞이로 나가 볼 때요
그믐에 지는 달이 산에 걸리면
당신의 길신가리 차릴 때외다
세월은 물과 같이 흘러가지만
가면서 함께 가자 하던 말씀은
당신을 아주 잊던 말씀이지만
죽기 전 또 못잊을 말씀이외다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는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지네
먼 후일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때에 [잊었노라]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우리다.
그러나 또 한편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이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님의 노래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 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 지고 저무도록 귀에 들려요
밤 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래 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드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만나려는 심사
저녁 해는 지고서 어스름의 길,
저 먼 산엔 어두워 잃어진 구름,
만나려는 심사는 웬 셈일까요,
그 사람이야 올 길 바이 없는데,
발길은 뉘 마중을 가잔 말이냐.
하늘엔 달 오르며 우는 기러기.
닭소래
그대만 없게 되면
가슴 뛰노는 닭소래 늘 들어라.
밤은 아주 새어올 때
잠은 아주 달아날 때
꿈은 이루기 어려워라.
저리고 아픔이어
살기가 왜 이리 고달프냐.
새벽 그림자 산란한 들풀 위를
혼자서 거닐어라.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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