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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시] 박인환 시 모음

푸른 메아리 2021. 5. 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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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의 名詩] 박인환 시 모음 

박인환 (朴寅煥, 1926~1956) : 강원도 인제 출생, 평양 의학전문학교 수료, 1949년 5인 합동 사진 「새로운 도시화 시민들의 합창」 간행을 전후하여 모더니즘의 기수를 각광받았다, 시집으로 잡품 56편이 수록된 「박인환 시선집」이 있다.

나의 生涯에 흐르는 時間들 - 박인환

나의 생애에 흐르는 시간들

가느다란 일련의 안젤루스

어두워지면 길목에서 울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숲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그의 얼굴은 죽은 詩人이었다.

늙은 언덕 밑

피로한 계절과 부서진 악기

모이면 지낸 날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저만이 슬프다고

안개 속으로 들어간 사람아

이렇게 밝은 밤이면

빛나는 수목이 그립다.

바람이 찾아와 문은 열리고 

찬 눈은 가슴에 떨어진다.

힘없이 反抗하던 나는

겨울이라 떠나지 못하겠다.

밤새우는 가로등

무엇을 기다리나

나도 서 있다.

무한한 과실만 먹고.


 

행복 - 박인환 

노인은 육지에서 살았다.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시들은 풀잎에 앉아

손금도 보았다.

차 한 잔을 마시고

정사(情死)한 여자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을 때

비둘기는 지붕 위에서 훨훨 날았다.

노인은 한숨도 쉬지 않고

더욱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성서를 외우고 불을 끈다.

그는 행복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거저 고요히 잠드는 것이다.

 

노인은 꿈을 꾼다.

여러 친구와 술을 나누고

그들이 죽음의 길을 바라보던 전날을.

노인은 입술에 미소를 띠우고

쓰다쓴 감정을 억제할 수가 있다.

그는 지금의 어떠한 순간도

증오할 수가 없었다.

노인은 죽음을 원하기 전에

옛날이 더욱 영원한 것처럼 생각되며

자기와 가까이 있는 것이 멀어져 가는 것을

분간할 수가 있었다.


 

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ㅎㄴ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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