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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1967) / 봄은(1968)
껍데기는 가라(1967)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든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 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봄은(1968)
봄은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 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속에서
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를
눈 녹이듯 흐물흐물
녹여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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