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취미/좋은 글과 좋은 시

신동엽시인 : 껍데기는 가라 / 봄은

푸른 메아리 2022. 5. 21. 20:59
728x90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1967) / 봄은(1968)

출처: 글그램


껍데기는 가라(1967)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든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 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봄은(1968)


봄은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 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속에서
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를
눈 녹이듯 흐물흐물
녹여버리겠지.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