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집 9 술 술은 물이외다, 물이 술이외다. 술과 물은 사촌이외다, 한데 물을 마시면 정신을 깨우치지만서도 술을 마시면 몸도 정신도 다 태웁니다. 술은 부채외다, 술은 풀무외다. 풀무는 바람개비외다. 바람개비는 바람과 도깨비의 어우름 자식이외다. 술은 부채요 풀무요 바람개비외다. 술, 미시면 취케 하는 다정한 술, 좋은 일에도 풀무가 되고 언짢은 일에도 매듭진 맘을 풀어 주는 시원스러운 술, 나의 혈관 속에 있을 때에 술은 나외다. 드리는 노래 한집안 사람 같은 저기 저 달님 당신은 사랑의 달님이 되고 우리는 사랑의 달무리 되자 쳐다보아도 가까운 달님 늘 같이 놀아도 싫잖은 우리 믿어움 의심 없는 모름의 달님 당신은 분명한 약속이 되고 우리는 분명한 지킴이 되자 밤이 지샌 뒤라도 그믐의 달님 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