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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집 3

김소월 시집 9

김소월 시집 9 술 술은 물이외다, 물이 술이외다. 술과 물은 사촌이외다, 한데 물을 마시면 정신을 깨우치지만서도 술을 마시면 몸도 정신도 다 태웁니다. 술은 부채외다, 술은 풀무외다. 풀무는 바람개비외다. 바람개비는 바람과 도깨비의 어우름 자식이외다. 술은 부채요 풀무요 바람개비외다. 술, 미시면 취케 하는 다정한 술, 좋은 일에도 풀무가 되고 언짢은 일에도 매듭진 맘을 풀어 주는 시원스러운 술, 나의 혈관 속에 있을 때에 술은 나외다. 드리는 노래 한집안 사람 같은 저기 저 달님 당신은 사랑의 달님이 되고 우리는 사랑의 달무리 되자 쳐다보아도 가까운 달님 늘 같이 놀아도 싫잖은 우리 믿어움 의심 없는 모름의 달님 당신은 분명한 약속이 되고 우리는 분명한 지킴이 되자 밤이 지샌 뒤라도 그믐의 달님 잊은..

김소월 시집 2

김소월 시집 2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江邊)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안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안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잊었던 맘 집을 떠나 먼 저곳에 ..

김소월 시집 1

김소월 시집 1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 (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님의 말씀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 두 달은 길어 둔 독엣 물도 찌었지마는 가면서 함께 가지 하던 말씀은 살아서 살을 맞는 표적이외다 봄풀은 봄이 되면 돋아나지만 나무는 밑그루를 꺾은 셈이요 새라면 두 죽지가 상한 셈이라 내 몸에 꽃필 날은 다시 없구나 밤마다 닭소리라 날이 첫시면 당신의 넋맞이로 나가 볼 때요 그믐에 지는 달이 산에 걸리면 당신의 길신가리 차릴 때외다 세월은 물과 같이 흘러가지만 가면서 함께 가자 하던 말씀은 당신을 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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