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집 2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江邊)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안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안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잊었던 맘
집을 떠나 먼 저곳에
외로이도 다니던 내 심사를!
바람 불어 봄꽃이 필 때에는
어찌타 그대는 또 왔는가.
저도 잊고 나니 저 모르던 그대
어찌하여 옛날의 꿈조차 함께 오는가.
쓸데도 없이 서럽게만 오고가는 맘.
꿈으로 오는 한 사람
나이 자라지면서 가지게 되었노라
숨어 있던 한 사람이, 언제나 나의
다시 깊은 잠 속의 꿈으로 와라
불그레한 얼굴에 가늣한 손가락의
모르는 듯한 거동도 전날의 모양대로
그는 야저시 나의 팔 위에 누워라
그러나, 그래도 그라나!
말할 아무 것이 다시 없는가!
그냥 먹먹 할 뿐, 그대로
그는 일어라, 닭의 홰치는 소리
깨어서도 늘, 길거리엣 사람을
밝은 대낮에 빛보고는 하노라
가을 저녁에
물은 희고 길고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고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
눈 오는 저녁
바람 자는 이 저녁
흰눈은 퍼붓는데
무엇하고 계시노
같은 저녁 금년은......
꿈이라도 꾸며는 !
잠들면 만나련가.
잊었던 그 사람은
흰 눈 타고 오시네.
저녁 때. 흰 눈은 퍼부어라.
초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다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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