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집 3
사랑의 선물
임그리고 방울방울 흘린 눈물
진주같은 그 눈물을
썩지 않는 붉은 실에
꿰고 또 꿰어
사랑의 선물로서
임의 목에 걸어 줄라.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임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 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고적한 날
당신님의 편지를
받은 그날로
서러운 풍설이 돌았습니다.
물에 던져 달라 하신 그 뜻은
언제나 꿈꾸며 생각하라는
그 말씀인 줄 압니다.
흘려 쓰신 글씨나마
언문 글자로
눈물이라 적어 보내셨지요.
물에 던져 달라 하신 그 뜻은
뜨거운 눈물 방울방울 흘리며
맘 곱게 앍어 달리는 말씀이지요.
맘 켕기는 날
오실 날
아니 오시는 사람!
오시는 것 같게도
맘 켕기는 날!
어느덧 해도 지고 날이 저무네!
애모(愛慕)
왜 아니 오시나요.
영창에는 달빛, 매화꽃이
그림자는 산란히 휘젓는데.
아이, 눈 꽉 감고 요대로 잠을 들자.
저 멀리 들리는 것!
봄철의 밀물 소리
물나라의 영롱한 궁중궁궐, 궁궐의 오요한 곳,
잠 못 드는 용녀의 춤과 노래, 봄철의 밀물 소리
어두운 가슴 속의 구석구석......
환연한 거울 속에, 봄구름 잠긴 곳에,
소솔비 내리며, 달무리 들려라.
이대도록 왜 아니 오시나요, 왜 아니 오시나요.
저녁때
미소의 무리와 사람들은 돌아들고, 적적히 빈 들
엉머구리 소리 우거져라.
푸른 하늘은 더욱 낮추, 먼 산 비탈길 어두운데
우뚝우뚝한 드높은 나무, 잘 새도 깃들여라.
볼수록 넓은 벌의
물빛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고개 수그리고 박은 듯이 홀로 서서
긴 한숨을 짓느냐. 왜 이다지!
온 것을 아주 잊었라, 깊은 밥 예서 함께
몸이 생각에 가볍고, 맘이 더 높이 떠오를 때,
문득, 멀지 않은 갈숲 새로
별빛이 솟구어라.
임과 벗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임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 꽃 피어서 향기로운 때를
고추의 붉은 열매 익어 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꿈꾼 그 옛날
밖에는 눈, 눈이 와라.
고요히 창 아래로는 달빛이 들어라.
어스름 타고서 오신 그 여자는
내 꿈의 품 속으로 들어와 안겨라.
나의 베개는 눈물로 함빡히 젖었어,
그만 그 여자는 가고 말았느냐.
다만 고요한 새벽, 별 그림자 하나가
창 틈을 엿보아라.
우리 집
이 바로
외따로 와 지나는 사람 없으니
'밤 자고 가자' 하며 나는 앉아라.
저 멀리 하늘 편에
배는 떠나 나가는
노래 들리며
눈물은
흘러내려라
스르르 내려감는 눈에.
꿈에도 생시에도 눈에 선한 우리 집
또 저 산 넘어 넘어
구름은 가라.
달맞이
정월 대보름날 달맞이,
달맛이 달마중을 가자고!
새라 새 옷을 갈아입고도
가슴엔 묵은 설움 그대로,
달맞이 달마중을 가자고!
달마중 가자고 이웃집들!
산 위에 수면에 달 솟을 때
돌아들 가자고 이웃집들!
모작별 삼성이 떨어질 때
달맞이 달마중을 가자고!
다니던 옛동무 무덤 가에
정월 대보름날 달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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