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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집 3

푸른 메아리 2021. 5. 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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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집 3

사랑의 선물

임그리고 방울방울 흘린 눈물

진주같은 그 눈물을

썩지 않는 붉은 실에

꿰고 또 꿰어

사랑의 선물로서

임의 목에 걸어 줄라.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임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 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고적한 날

당신님의 편지를

받은 그날로

서러운 풍설이 돌았습니다.

 

물에 던져 달라 하신 그 뜻은

언제나 꿈꾸며 생각하라는

그 말씀인 줄 압니다.

 

흘려 쓰신 글씨나마

언문 글자로

눈물이라 적어 보내셨지요.

 

물에 던져 달라 하신 그 뜻은

뜨거운 눈물 방울방울 흘리며

맘 곱게 앍어 달리는 말씀이지요.


맘 켕기는 날

오실 날

아니 오시는 사람!

오시는 것 같게도

맘 켕기는 날!

어느덧 해도 지고 날이 저무네!


애모(愛慕)

왜 아니 오시나요.

영창에는 달빛, 매화꽃이

그림자는 산란히 휘젓는데.

아이, 눈 꽉 감고 요대로 잠을 들자.

 

저 멀리 들리는 것!

봄철의 밀물 소리

물나라의 영롱한 궁중궁궐, 궁궐의 오요한 곳,

잠 못 드는 용녀의 춤과 노래, 봄철의 밀물 소리

 

어두운 가슴 속의 구석구석......

환연한 거울 속에, 봄구름 잠긴 곳에,

소솔비 내리며, 달무리 들려라. 

이대도록 왜 아니 오시나요, 왜 아니 오시나요.


저녁때

미소의 무리와 사람들은 돌아들고, 적적히 빈 들

엉머구리 소리 우거져라.

푸른 하늘은 더욱 낮추, 먼 산 비탈길 어두운데

우뚝우뚝한 드높은 나무, 잘 새도 깃들여라.

 

볼수록 넓은 벌의

물빛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고개 수그리고 박은 듯이 홀로 서서

긴 한숨을 짓느냐. 왜 이다지!

 

온 것을 아주 잊었라, 깊은 밥 예서 함께

몸이 생각에 가볍고, 맘이 더 높이 떠오를 때,

문득, 멀지 않은 갈숲 새로

별빛이 솟구어라.


임과 벗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임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 꽃 피어서 향기로운 때를 

고추의 붉은 열매 익어 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꿈꾼 그 옛날

밖에는 눈, 눈이 와라.

고요히 창 아래로는 달빛이 들어라.

어스름 타고서 오신 그 여자는

내 꿈의 품 속으로 들어와 안겨라.

 

나의 베개는 눈물로 함빡히 젖었어,

그만 그 여자는 가고 말았느냐.

다만 고요한 새벽, 별 그림자 하나가 

창 틈을 엿보아라. 


우리 집

이 바로

외따로 와 지나는 사람 없으니

'밤 자고 가자' 하며 나는 앉아라.

 

저 멀리 하늘 편에

배는 떠나 나가는

노래 들리며

 

눈물은

흘러내려라

스르르 내려감는 눈에.

 

꿈에도 생시에도 눈에 선한 우리 집

또 저 산 넘어 넘어

구름은 가라.


달맞이

정월 대보름날 달맞이,

달맛이 달마중을 가자고!

새라 새 옷을 갈아입고도

가슴엔 묵은 설움 그대로,

달맞이 달마중을 가자고!

달마중 가자고 이웃집들!

산 위에 수면에 달 솟을 때

돌아들 가자고 이웃집들!

모작별 삼성이 떨어질 때

달맞이 달마중을 가자고!

다니던 옛동무 무덤 가에

정월 대보름날 달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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