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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의 名詩] 그 날이 오면 - 심훈 시인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 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 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曺)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 (沈薰, 1901~1936) : 서울 출생. 본명은 대섭, 중국 상해 원강대학 수학. 동아일보에 상록수가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저항시집인 「그 날이 오면」과 「탈출」, 「불사조」, 「영원의 미소」, 「직녀성」 등의 중·단편 발표되었다.
밤 - 심훈
밤, 깊은 밤
바람이 뒤설레며
문풍지가 운다.
방- 텅 비인 방 안에는
등잔불의 기름 조는 소리뿐......
쥐가 천장을 모조리 써는데
어둠은 아직도 창 밖을 지키고
내 마음은 무거운 근심에 짓눌려
깊이 모를 연못 속에서 자맥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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