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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시] 그 날이 오면 / 밤 - 심훈 시인

푸른 메아리 2021. 5. 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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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의 名詩] 그 날이 오면 - 심훈 시인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 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 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曺)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 (沈薰, 1901~1936) : 서울 출생. 본명은 대섭, 중국 상해 원강대학 수학. 동아일보에 상록수가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저항시집인 「그 날이 오면」과 「탈출」, 「불사조」, 「영원의 미소」, 「직녀성」 등의 중·단편 발표되었다.


 

밤 - 심훈

밤, 깊은 밤

바람이 뒤설레며

문풍지가 운다.

방- 텅 비인 방 안에는

등잔불의 기름 조는 소리뿐......

 

쥐가 천장을 모조리 써는데

어둠은 아직도 창 밖을 지키고

내 마음은 무거운 근심에 짓눌려

깊이 모를 연못 속에서 자맥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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