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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시] 어디로 / 떠나가는 배 - 박용철 시인
박용철(朴龍喆, 1904~1938) : 전남 광주 출생. 호는 용아(龍兒). 일본 청산학원, 동경 외국어 학교, 서울 연희전문에서 수학. 섬세한 감각으로 애수, 회의, 상징이 주조를 이룬다. 유작으로 「박용철 전집」 두 권이 있다.
어디로
내 마은은 어디로 가야 옳으리까.
쉬임없이 궂은 비는 내려오고
지나간 날 괴로움의 쓰린 기억
내게 어둔 구름되어 덮이는데.
바라지 않으리라던 새론 희망
생각지 않으리라던 그대 생각
번개같이 어둠을 깨친다마는
그대는 닿을 길 없이 높은 데 계시오니
아-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옳으리까.
떠나가는 배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헤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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