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의 名詩] 이상화 시 모음 (1)
이상화 (李相和, 1901~1943) : 경북 대구 출생, 호는 상화(尙火). 일본 동경외국어학교 불어과 수학. <백조> 동인. 낭만적 풍조와 감상적 기질로 상징적 수법을 주로 사용한다. 「나의 침실로」와 「빼앗길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의 대표 시가 있다.
통곡
하늘을 우러러
울기는 하여도
하늘이 그리워 울음이 아니다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닯아
하늘을 흘기니
울음이 터진다
해야 웃지 마라
달도 뜨지 마라
이별을 하느니
어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눠야겠느냐?
남몰래 사랑하는 우리 사이에 우리 몰래 이별이 올 줄은 몰랐어라.
꼭두로 오르는 정열에 가슴과 입술이 떨어 말보다 숨결조차 못 쉬노라.
오늘 밤 우리 둘의 목숨이 꿈결같이 보일 애타는 네 맘속을 내 어이 모르랴.
애인아 하늘을 보아라 하늘이 까라졌고 땅을 보아라 땅이 꺼졌도다.
애인아 내 몸이 어제같이 보이고 네 몸도 아직 살아서 내 곁에 앉았느냐?
어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눠야겠느냐?
우리 둘이 나뉘어 생각하며 사느니 차라리 바라보며 우리는 별이나 되자!
사랑은 흘러가는 마음 위에서 웃고 있는 가비어운 갈대꽃인가.
때가 오면 꽃송이는 곯아지며 때가 가면 떨어졌다 썩고 마는가.
님의 기림에서만 믿음을 얻고 님의 미움에서는 외롬만 받을 너이었더냐.
행복을 찾아선 비웃음도 모르는 인간이면서 이 고행을 싫어할 나이었더냐.
애인아 물에다 물탄 듯 서로의 사이에 경계가 없던 우리 마음 위로
애인아 검은 그림자가 오르락내리락 소리도 없이 어른거리도다.
남몰래 사랑하는 우리 사이에 우리 이별이 올 줄은 몰랐어라.
우리 둘이 나뉘어 사람이 되느니 차라리 피울음 우는 두견이나 되자!
오려므나, 더 가까이 내 가슴을 안아라 두 마은 한 가락으로 엮어보고 싶다.
자그마한 부끄럼과 서로 아는 믿음 사이로 눈감고 오는 방임을 맞이하자.
아 주름 잡힌 네 얼굴 ㅡ 이별이 주는 애통이냐 이별은 쫓고 내게로 오너라.
상아의 십자가 같은 네 허리만 더우잡는 내 팔 안으로 달려오너라.
애인아 손을 다고 어둠 속에도 보이지 않는 납색의 손을 내 손에 쥐어다고.
애인아 말해다고 벙어리 입이 말하는 침묵의 말을 내 눈에 일러다고.
어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눠야겠느냐?
우리 둘이 나뉘어 미치고 마느니 차라리 바다에 빠져 두 마리 인어로나 되어서 살자!
기미년
이몸이 제아무리 부지런히 소원대로
어머님 못뫼시오니 죄롭소다 비옥적에
남이야 허랑타한들 내아노라 우시던일.
빈촌의 밤
봉창 구멍으로
나른하여 조으노라
깜작이는 호롱불
햇빛을 꺼리는 늙은 눈알처럼
아, 나의 마음은,
사람이란 이렇게도
광명을 그리는가ㅡ
담조차 못 가진 거적문 앞에를,
이르러 들으니, 울음이 돌더라.
어머니의 웃음
날이 맛도록
온 데로 헤매노라ㅡ
나른한 몸으로도
시들푼 맘으로도
어둔 부엌에,
밥짖는 어머니의
나보고 웃는 빙그레웃음!
내 어려 젖 먹을 때
무릎 위에다,
나를 고이 안고서
늙음조차 모르던
그 웃음을 아직도
보는가 하니
외로움의 조금이
사라지고, 거기서
가는 기쁨이 비로소 온다.
單調 (단조)
비 오는 밤
가라앉은 하늘이
꿈꾸듯 어두워라.
나뭇잎마다에서
젖은 속살거림이
끊이지 않을 때일러라.
마음의 막다른
낡은 뒷집에선
뉜지 모르나 까닭도 없어라.
눈물 흘리는 笛(적) 소리만
가없는 마음으로
고요히 밤을 지우다.
저편에 늘어섰는
백양나무의 살찐 그림자는
잊어버린 기억이 떠돎과 같이
침울 ㅡ 몽롱한
캔버스 이에서 흐느끼다.
야, 야릇도 하여라
야밤의 고요함은
내 가슴에도 깃들이다.
병아리 입술로
떠도는 침묵은
추억의 녹 낀 창을
죽일 숨 쉬며 엿보아라.
아, 자취도 없이
나를 껴안은
이 밤의 홑짐이 서러워라.
비 오는 밤
가라앉은 영혼이
죽은 듯 고요도 하여라.
내 생각의
거미줄 끝마다에서
젖은 속살거림은
주곧 쉬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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