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의 名詩] 이상화 시 모음 (2)
이상화 (李相和, 1901~1943) : 경북 대구 출생, 호는 상화(尙火). 일본 동경외국어학교 불어과 수학. <백조> 동인. 낭만적 풍조와 감상적 기질로 상징적 수법을 주로 사용한다. 「나의 침실로」와 「빼앗길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의 대표 시가 있다.
시인에게
한 편의 시 그것으로
새로운 세계 하나를 낳아야 할 줄 깨칠 그때라야
시인아 너의 존재가
비로소 우주에게 없지 못할 너로 알려질 것이다,
가뭄든 논에게는 청개구리의 울음이 있어야 하듯 ㅡ
새 세게란 속에서도
마음과 몸이 갈려 사는 졸풍류만 나와 보아라.
시인아 너의 목숨은
진저리나는 절름발이 노룻을 아직도 하는 것이다.
언제든지 일식된 해가 돋으면 뭣하며 진들 어떠랴.
시인아 너의 영광은
미친개 꼬리도 밟는 어린애의 짬 없는 그 마음이 되어
밤이라도 낮이라도
새 세계를 낳으려 손댄 자국이 시가 될 때에 ㅡ 있다
촛불로 날아들어 죽어도 아름다운 나비를 보아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ㅡ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 반갑다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魂)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습다, 답을 하려므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몸 신명이 접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말세의 희탄
저녁의 피묻은 동굴 속으로
아, 밑없는 그 동굴 속으로
끝도 모르고
나는 꺼꾸러지련다,
나는 파묻히련다,
가을의 병든 미풍의 품에다
아, 꿈꾸는 미풍의 품에다
낮도 모르고
밤도 모르고
나는 술 취한 몸을 세우련다
나는 속 아픈 웃음을 빚으련다.
나의 침실로
ㅡ 가장 아름답고 오랜 것은 오직 꿈 속에만 있어라ㅡ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 오려므나, 네 집에서 눈으로 遺傳(유전)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다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올고 ㅡ 뭇 개가 짓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ㅡ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욱 ㅡ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맘의 燭(촉)불을 봐라.
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메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이곳 가까이 오도다.
야, 행여 누가 볼는지 ㅡ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므나, 사원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함께 오랜 나라로 가로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으니.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므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갸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ㅡ,
내 몸에 피란 피 ㅡ 가슴의 샘이 말라버린 듯 마음과 목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우리가 가자, 끄올려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ㅡ 내 침실이 부활의 동굴 임을 네가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엮는 꿈, 사람이 안고 뒹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으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韓國의 名詩] 이상화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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