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취미/좋은 글과 좋은 시

김영랑 시 모음 2

푸른 메아리 2021. 5.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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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보면 흐르고

물 보면 흐르고

별 보면 또렷한

마음이 어이면 늙으뇨.

 

흰날에 한숨만

끝없이 떠돌던

시절이 가엾고 멀어라.

 

안쓰런 눈물에 안겨

홑은 잎 쌓인 곳에 빗방울 드듯

느낌은 후줄근히 흘러흘러 가건만

 

그 밤을 홀히 앉으면

무심코 야윈 볼도 만져 보느니

시들고 못 피인 꽃 어서 떨어지거라.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른 부끄럼같이

시(詩)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 미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으이 도론도론 슴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저녁 때 외로운 마음

저녁 때 저녁때 외로운 마음

붙잡지 못하여 걸어다님을

누구라 불어 주신 바람이기로

눈물을 눈물을 빼앗아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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