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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시 모음 1

푸른 메아리 2021. 5. 1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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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시 모음 1

이육사(李陸史, 1905~1944) 경북 안동 출생, 본명은 활(活). 중국 북경대학 사회학과 졸업. 민족과 시에 대한 울분으로 중국에서 열 높은 항거와 방랑과 동경과 그 향수를 애절하게 표현, 시집으로 「청포도」가 있다.

 

절정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어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진갠가 보다.


☞ 이시는 이육사 특유의 지사적이고 남성적인 어조가 드러난다. 자신이 처한 극한적,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에 맞서려는 의지 또한 절정에 이르고 있다. 이를 통해서 이육사가 부정적인 현실과 결코 타협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 이 시는 '기승전결'이라는 한시의 시적 구조로 시상이 전개되며 간결한 시행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화자는 극한 상황에서도 절대자를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부정적 현실과 맞서 싸우는 치열한 의지를 남성적 어조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 주제 : 극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


 

교목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湖水)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 교목(喬木)은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 자라는 나무를 말한다. 시적 자아의 올곧고 의연한 삶을 상징하는 교목은 어떤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는 시안의 의지와 절개, 현실에 대처하는 의연한 자세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의 시상은 점층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시적 자아는 삶이 파멸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를 지키겠다고 노래하고 있다. 일제의 가혹한 핍박 속에서도 굳은 결의를 잃지 않고 현실 극복의 의지를 노래했던 시인의 투철한 현실 인식과 강한 신념을 드러내고 있다.

☞ 주제 :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꿋꿋한 결의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라.

 

모든 산맥(山眽)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梅花) 향기(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 시는 태초부터 오늘날까지의 우리 민족의 삶을 드러내면서 시련의 역사를 극복할 것을 노래한 작품이다. 1~3연까지는 태초부터 시작된 광야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4연에서는 광야가 시련과 고난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암시하며, 5연은 '초인'이 등장하여 우리 민족을 구원해 주리라는 확신을 드러내고 있다. 웅혼한 기상과 강건한 지사적 기품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주제 : 부정한 현실을 이겨내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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