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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취미 57

[한국의 명시]어둠 너머로 - 박영희 시인

[韓國의 名詩] 어둠 너머로 - 박영희 가슴 답답한 보랏빛 하늘 어둠이 몰아드는 검은 구름 너머로 비의 줄을 타고 나리는 꽃방울의 노래가 흘러 노오도다. 밤은 그윽한 별 박힌 하늘 바람떼 거꾸로 빠지는 어둔 밤 너머로 별빛을 타고 나리는 그리운 이의 얼굴이 떠나러 오도다. 어둠 너머로 어둠 너머로 내 눈물에 가리운 어둠 너머로 내 한숨에 찌어진 어둠 너머로 눈물의 줄을 타고 나리는 무너지는 큰 소리가 흘러서 오다. 어둠 너머로 어둠 너머로 '삶'이 흩어진 어둠 너머로 꽃피랴는 봄비가 부어나리나 한숨에 '삶'의 꽃은 떨어지도다. 사랑! 사랑! '삶'의 막(幕) 가린 어둠 너머는 사랑의 꽃 피는 어둠 너머는 빈 들 우에 꺼지는 쓸쓸한 별뿐-. 박영희 (朴英熙, 1901~?) : 서울 출생. 호는 회월(懷月)..

[한국의 명시] 그 날이 오면 / 밤 - 심훈 시인

[韓國의 名詩] 그 날이 오면 - 심훈 시인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 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 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曺)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 (沈薰, 1901~1936) : 서울 출생..

[한국의 명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시인

[한국의 명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시인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김상용(金尙鎔, 1902~1950) : 경기 연천 출생. 호는 월파(月坡), 일본 입교대학 영문과 졸업. 에 서정시를 발표. 우수와 동양적 체념이 깃든 관조적 서정시들이 유일한 시집 「망향」에 수록되어 있다. 세태를 풍자한 「무하선생 방랑기」라는 수필집도 간행하였다.

[韓國의 名詩] 오다 가다 / 물레 / 옛날 - 김억 시인

[韓國의 名詩] 오다 가다 / 물레 / 옛날 - 김억 시인 김억 시인 (金億, 1893~?) : 평북 곽산 출생, 호는 안서(岸曙). 일본 게이오의숙 문과 수학. 동양적인 시관과 인생관이 그의 시 경향이다. 최초의 번역시집 「오뇌의 무도」를 비롯하여 「해파리의 노래」, 「안서시집」 등이 있고 6.25 때 남북 되었다. 오다가다 - 김억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말려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끔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 리 포구 산 너먼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수로(水路) 천리 먼먼 길 왜 온 줄 ..

[한국의 명시] 박인환 시 모음

[韓國의 名詩] 박인환 시 모음 박인환 (朴寅煥, 1926~1956) : 강원도 인제 출생, 평양 의학전문학교 수료, 1949년 5인 합동 사진 「새로운 도시화 시민들의 합창」 간행을 전후하여 모더니즘의 기수를 각광받았다, 시집으로 잡품 56편이 수록된 「박인환 시선집」이 있다. 나의 生涯에 흐르는 時間들 - 박인환 나의 생애에 흐르는 시간들 가느다란 일련의 안젤루스 어두워지면 길목에서 울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숲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그의 얼굴은 죽은 詩人이었다. 늙은 언덕 밑 피로한 계절과 부서진 악기 모이면 지낸 날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저만이 슬프다고 안개 속으로 들어간 사람아 이렇게 밝은 밤이면 빛나는 수목이 그립다. 바람이 찾아와 문은 열리고 찬 눈은 가슴에 떨어진다. 힘없이 反抗하던 나는 겨울..

[한국의 명시 ] 봄은 가더이다 / 시악시 마음은 - 홍사용 시인

[韓國의 名詩 ] 봄은 가더이다 / 시악시 마음은 - 홍사용 시인 홍사용(洪思容, 1900~1947) : 경기 용인 출생. 휘문의숙 졸업. 동인.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애상의 서정지사 특징. 신극 운동인 토월회를 영도. 대표작으로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있다. 봄은 가더이다 - 홍사용 봄은 오더니만 그리고 또 가더이다 꽃은 피더니만 그리고 또 지더이다. 임아 임 울지 말아라 봄도 가고 꽃도 지는데 여기서 시들은 이내 봄을 왜 꼬드겨 울리려 하느뇨 임은 웃더니만 그리고 또 울더이다. 시악시 마음은 바탈길 밭뚝에 삽살이 조을고 바람이 얄궂어 시악시 마음은 ............................ 찢어 내려라 버들가지를 꺽지는 말아요 비틀어 다고 시들픈 나물은 뜯거나 말거나 늬나나 나...... 나나..

이육사 시모음 2

이육사 시모음 2 이육사(李陸史, 1905~1944) 경북 안동 출생, 본명은 활(活). 중국 북경대학 사회학과 졸업. 민족과 시에 대한 울분으로 중국에서 열 높은 항거와 방랑과 동경과 그 향수를 애절하게 표현, 시집으로 「청포도」가 있다.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황혼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이육사 시 모음 1

이육사 시 모음 1 이육사(李陸史, 1905~1944) 경북 안동 출생, 본명은 활(活). 중국 북경대학 사회학과 졸업. 민족과 시에 대한 울분으로 중국에서 열 높은 항거와 방랑과 동경과 그 향수를 애절하게 표현, 시집으로 「청포도」가 있다. 절정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어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진갠가 보다. ☞ 이시는 이육사 특유의 지사적이고 남성적인 어조가 드러난다. 자신이 처한 극한적,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에 맞서려는 의지 또한 절정에 이르고 있다. 이를 통해서 이육사가 부정적인 현실과 결코 타협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의..

김영랑 시 모음 2

물 보면 흐르고 물 보면 흐르고 별 보면 또렷한 마음이 어이면 늙으뇨. 흰날에 한숨만 끝없이 떠돌던 시절이 가엾고 멀어라. 안쓰런 눈물에 안겨 홑은 잎 쌓인 곳에 빗방울 드듯 느낌은 후줄근히 흘러흘러 가건만 그 밤을 홀히 앉으면 무심코 야윈 볼도 만져 보느니 시들고 못 피인 꽃 어서 떨어지거라.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른 부끄럼같이 시(詩)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 미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김영랑 시 모음 1

김영랑(金永郞, 1903~1950) : 전남 강진 출생, 본명은 윤식, 일본 청산학원 전문부 영문과 수학. 동인으로 시경향은 서정시로서의 독특하고 전통적인 경지를 개척. 「영랑시집」과 「영랑시선」 등의 대표적 시집이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덜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이 시는 '모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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